웹기획자의 출신에 대해 쓴 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웹기획자의 '전공'과 배경지식에 대한 글로 이을까 합니다. 웹기획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어느 전공을 마치면 어느 직업을 구하기 쉽더라'

사실 고등학생 때 국영수 보다도 더 관심갖는 사안인데요, 그 수많은 전공 중에 직업과 딱 매치되는 전공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직군과 전공이 딱 매치되는 건 대략 다음과 같은 사례 정도 될 듯 싶습니다.

1. 의사 되려면 의대. 간호사 되려면 간호대.
2. 법대 가면 사법고시 '준비'하기가 쉽다. 아니면 법무사.
3. OO교육과 나오면 선생님 되기 수월하다.

웹 직군에선 아래와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통설이라,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1. 공대 나오면 개발자 되기 수월하다.
2. 디자이너 할려면 미대.
3. HCI쪽 석사 이상 밟으면 UX 연구원 진출.
4. 주로 문헌정보학과 출신들이 한국의 검색기획 담당.

그러나 웹기획자는? 참 애매합니다.

제 주변을 봐도, 독어독문학과 나와서 스포츠지 기자하다가 포털에서 몸담고 대기업 웹 PM으로 간 친구도 있고, 신문방송학과 나온 저같은 웹기획자도 있고, 정치외교학과 나온 뒤 포털의 서비스 운영을 맡았던 후배도 있고, 전자공학과 졸업한 동료 웹기획자도 있고.. 정말 웹기획, 이건 도통 전공을 짐작할 수 없는 직군입니다.
 
아무래도 문과대, 정경대, 언론학 등 애매한 전공을 마치고 웹기획에 뛰어든 분들도 많을테고, 디자인이나 프로그램과 달리 웹기획이란 분야가 아직 학제화 되지 못한 것도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암만 매칭되는 전공이 없다곤 하지만, 어떤 공부를 하고 배경지식을 갖추면 웹기획 일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순서는, 그냥 생각난 순입니다^^;)

1. 통계와 수치 해석

통계 개념과 원리, 간단한 분석법만 알고 있어도 기초적인 사이트 분석이 수월해집니다. 웹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수치화가 너무나 수월하고, 이 데이터로 상당한 인사이트까지 끌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붐은 초창기엔 다양한 연령층의 유저들이 방문하고 가지각색의 컨텐츠가 올라왔지만, 해가 지날수록 '초딩 서비스'가 되어 간다"는 가설을 세운다면,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차적으로 지표 수치입니다. 통계학의 기본 정도만 알고 있어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이쪽을 더 깊게 파고 들어서 개개의 사용자 로그를 수집, 분석하여 "O월의 1~15일에 메일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의 OO%가 다음 반기(16~30일)에 메일 서비스를 재이용하였고.." 같은 분석을 내어 기획, 이벤트에 활용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2. 마케팅 - FGI, STP, SWOT 등

FGI나 FGD 등은 개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조사한 경험을 체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STP, SWOT 분석 등은 서비스/플랫폼/사업 전략안을 만들 때 필요하겠죠. 예를 들어, 1번에서 "네이버 붐은 초딩 서비스가 되었다"란 결론이 도출될 경우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을 세그먼트화 하여 만나 FGI를 실시하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붐을 이용하는 초등학생, 또는 3년전 네이버 붐을 찾다가 지금은 방문하지 않는 대학생 등으로 구분지어 FGI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현 시점의 네이버 붐에 대한 SWOT 분석에 들어가 개편 전략을 도출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카피라이팅

보통의 기획자들은 웹 카피라이터이기도 합니다. 기획할 때 레이블링 원칙을 세우고 각 메뉴의 이름을 정의하거나 마케터들과 협의하여 이벤트 카피를 뽑는 등의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카피라이팅 분야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아고라, 텔존, 붐, 세계엔n, 지식iN.. 독특한 이름을 가진 서비스들이 많이 있는데요, 자신이 이름 붙인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정말 기쁘기 그지 없겠죠? ^^

4. 오피스 프로그램

사내, 또는 외부 업체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문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파워포인트는 필수입니다만, 파워포인트의 애니메이션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보다는 수용자에게 원할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보를 효율적으로 담는 작성 스킬이 중요하겠죠. 전략기획 뿐만이 아니라, 세부기획에 들어가면 사이트를 통째로 파워포인트로 그리니..-_-; (회사에 따라 이를 스토리보드 또는 시나리오, 화면설계서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엑셀은, 1번에서 언급한 통계, 수치해석 용으로 '어느 정도' 익혀두시면 도움됩니다.

5. 토론과 설득

웹기획 뿐만 아니라 보통의 기획자는 토론하고 설득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터와 인사이트에 기반한 자신의 생각이 정말 옳다는 확신이 들면 이를 가지고 다른 직군, 사내 윗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죠. 반대로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바꿔나갈 수도 있어야 하겠고요.
만일 서비스 담당자가, 이 시점에 개편하여 큰 효과를 거두리라 생각이 든다면 여러 자료를 모으고 인사이트적 판단을 첨부하여 조직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1순위겠죠.

6. 미디어에 대한 이해

웹은 넓은 의미의 미디어입니다. 개개인이 노드화되어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한 개인의 메시지(컨텐츠, 웹페이지)는 수많은 사용자에게 링크로 퍼져나갑니다. 미디어는 마샬 맥루한 등 저명한 학자들이 남긴 책도 많고, 현대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웹의 기본 속성인 컨텐츠와 유통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7. 웹에 대한 진득한 경험

'어설프게 아는 지식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란 말은 결코 진부한 메시지가 아닙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각종 새로운 사이트들이 휙휙 생기면서 이를 후딱 소개하고 분석한 블로그 글들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포스팅 위주로 정보를 접하고 꿈을 키운다면 참 위험한 웹기획자가 될 것 입니다. 실천력은 떨어질테고, '좋은게 좋은' 서비스를 '좋게 좋게' 만들려다가 '모두가 외면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는.. 우물에 빠지게 되겠죠.

각종 최신 웹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수의 웹서비스를 진득하게, 장기간 이용하면서 경험을 체득하는 것이 나중에 훨씬 더 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 직군에 한번 뛰어들면 벌써 직업으로서 사이트와 서비스를 대하기 때문에 순수한 경험을 키워나가기가 힘들어 집니다. 좋아하는 서비스를 진득하게 경험하여 A부터 Z까지 꿰 뚫고, 여기에다 1~6번에서 언급한 부분을 보충하여 자신의 소중한 경험에 기반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기획을 한다면 이는 외국의 그 어떤 최신 사이트 보다 더 좋은 가치를 사용자에게 안겨주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7가지로 웹기획자가 공부해두면 좋을 것들을 기술했는데요, 사실 저도 서비스 운영자에서 기획자로 변신한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라서 계속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뭘 더 알아두고 공부하면 좋을지 댓글로 의견 주시면 글 보강하겠습니다.

웹기획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쓰고 서핑하다 발견한 관련 글 및 링크들#

기획은 나머지를 깎아 내는 것

두 번째 계명 - 버리는 순간 간단해 진다

읽어볼책 : The One page Proposal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15452

읽은책 : 핵심에 집중하라 (원제 : PROFIT FROM THE CORE)
http://book.daum.net/bookdetail/review/list.do?bookid=KOR9788935204953&sort=rcmd_cnt&page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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