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M > 웹기획에대한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웹사이트 개발 절차  (0) 2010.11.11
기획이란  (0) 2010.11.07
<펌> 웹기획 준비  (0) 2010.10.23
웹기획자란..?  (0) 2010.06.26
웹기획자되기  (0) 2010.06.26

웹기획자의 출신에 대해 쓴 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웹기획자의 '전공'과 배경지식에 대한 글로 이을까 합니다. 웹기획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어느 전공을 마치면 어느 직업을 구하기 쉽더라'

사실 고등학생 때 국영수 보다도 더 관심갖는 사안인데요, 그 수많은 전공 중에 직업과 딱 매치되는 전공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직군과 전공이 딱 매치되는 건 대략 다음과 같은 사례 정도 될 듯 싶습니다.

1. 의사 되려면 의대. 간호사 되려면 간호대.
2. 법대 가면 사법고시 '준비'하기가 쉽다. 아니면 법무사.
3. OO교육과 나오면 선생님 되기 수월하다.

웹 직군에선 아래와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통설이라,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1. 공대 나오면 개발자 되기 수월하다.
2. 디자이너 할려면 미대.
3. HCI쪽 석사 이상 밟으면 UX 연구원 진출.
4. 주로 문헌정보학과 출신들이 한국의 검색기획 담당.

그러나 웹기획자는? 참 애매합니다.

제 주변을 봐도, 독어독문학과 나와서 스포츠지 기자하다가 포털에서 몸담고 대기업 웹 PM으로 간 친구도 있고, 신문방송학과 나온 저같은 웹기획자도 있고, 정치외교학과 나온 뒤 포털의 서비스 운영을 맡았던 후배도 있고, 전자공학과 졸업한 동료 웹기획자도 있고.. 정말 웹기획, 이건 도통 전공을 짐작할 수 없는 직군입니다.
 
아무래도 문과대, 정경대, 언론학 등 애매한 전공을 마치고 웹기획에 뛰어든 분들도 많을테고, 디자인이나 프로그램과 달리 웹기획이란 분야가 아직 학제화 되지 못한 것도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암만 매칭되는 전공이 없다곤 하지만, 어떤 공부를 하고 배경지식을 갖추면 웹기획 일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순서는, 그냥 생각난 순입니다^^;)

1. 통계와 수치 해석

통계 개념과 원리, 간단한 분석법만 알고 있어도 기초적인 사이트 분석이 수월해집니다. 웹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수치화가 너무나 수월하고, 이 데이터로 상당한 인사이트까지 끌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붐은 초창기엔 다양한 연령층의 유저들이 방문하고 가지각색의 컨텐츠가 올라왔지만, 해가 지날수록 '초딩 서비스'가 되어 간다"는 가설을 세운다면,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차적으로 지표 수치입니다. 통계학의 기본 정도만 알고 있어도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이쪽을 더 깊게 파고 들어서 개개의 사용자 로그를 수집, 분석하여 "O월의 1~15일에 메일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의 OO%가 다음 반기(16~30일)에 메일 서비스를 재이용하였고.." 같은 분석을 내어 기획, 이벤트에 활용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2. 마케팅 - FGI, STP, SWOT 등

FGI나 FGD 등은 개념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조사한 경험을 체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STP, SWOT 분석 등은 서비스/플랫폼/사업 전략안을 만들 때 필요하겠죠. 예를 들어, 1번에서 "네이버 붐은 초딩 서비스가 되었다"란 결론이 도출될 경우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을 세그먼트화 하여 만나 FGI를 실시하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붐을 이용하는 초등학생, 또는 3년전 네이버 붐을 찾다가 지금은 방문하지 않는 대학생 등으로 구분지어 FGI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현 시점의 네이버 붐에 대한 SWOT 분석에 들어가 개편 전략을 도출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카피라이팅

보통의 기획자들은 웹 카피라이터이기도 합니다. 기획할 때 레이블링 원칙을 세우고 각 메뉴의 이름을 정의하거나 마케터들과 협의하여 이벤트 카피를 뽑는 등의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카피라이팅 분야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아고라, 텔존, 붐, 세계엔n, 지식iN.. 독특한 이름을 가진 서비스들이 많이 있는데요, 자신이 이름 붙인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정말 기쁘기 그지 없겠죠? ^^

4. 오피스 프로그램

사내, 또는 외부 업체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문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파워포인트는 필수입니다만, 파워포인트의 애니메이션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보다는 수용자에게 원할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보를 효율적으로 담는 작성 스킬이 중요하겠죠. 전략기획 뿐만이 아니라, 세부기획에 들어가면 사이트를 통째로 파워포인트로 그리니..-_-; (회사에 따라 이를 스토리보드 또는 시나리오, 화면설계서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엑셀은, 1번에서 언급한 통계, 수치해석 용으로 '어느 정도' 익혀두시면 도움됩니다.

5. 토론과 설득

웹기획 뿐만 아니라 보통의 기획자는 토론하고 설득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터와 인사이트에 기반한 자신의 생각이 정말 옳다는 확신이 들면 이를 가지고 다른 직군, 사내 윗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꼭 필요하겠죠. 반대로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바꿔나갈 수도 있어야 하겠고요.
만일 서비스 담당자가, 이 시점에 개편하여 큰 효과를 거두리라 생각이 든다면 여러 자료를 모으고 인사이트적 판단을 첨부하여 조직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1순위겠죠.

6. 미디어에 대한 이해

웹은 넓은 의미의 미디어입니다. 개개인이 노드화되어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한 개인의 메시지(컨텐츠, 웹페이지)는 수많은 사용자에게 링크로 퍼져나갑니다. 미디어는 마샬 맥루한 등 저명한 학자들이 남긴 책도 많고, 현대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웹의 기본 속성인 컨텐츠와 유통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7. 웹에 대한 진득한 경험

'어설프게 아는 지식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란 말은 결코 진부한 메시지가 아닙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각종 새로운 사이트들이 휙휙 생기면서 이를 후딱 소개하고 분석한 블로그 글들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포스팅 위주로 정보를 접하고 꿈을 키운다면 참 위험한 웹기획자가 될 것 입니다. 실천력은 떨어질테고, '좋은게 좋은' 서비스를 '좋게 좋게' 만들려다가 '모두가 외면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는.. 우물에 빠지게 되겠죠.

각종 최신 웹 트렌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수의 웹서비스를 진득하게, 장기간 이용하면서 경험을 체득하는 것이 나중에 훨씬 더 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 직군에 한번 뛰어들면 벌써 직업으로서 사이트와 서비스를 대하기 때문에 순수한 경험을 키워나가기가 힘들어 집니다. 좋아하는 서비스를 진득하게 경험하여 A부터 Z까지 꿰 뚫고, 여기에다 1~6번에서 언급한 부분을 보충하여 자신의 소중한 경험에 기반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기획을 한다면 이는 외국의 그 어떤 최신 사이트 보다 더 좋은 가치를 사용자에게 안겨주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7가지로 웹기획자가 공부해두면 좋을 것들을 기술했는데요, 사실 저도 서비스 운영자에서 기획자로 변신한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라서 계속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뭘 더 알아두고 공부하면 좋을지 댓글로 의견 주시면 글 보강하겠습니다.

웹기획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쓰고 서핑하다 발견한 관련 글 및 링크들#

기획은 나머지를 깎아 내는 것

두 번째 계명 - 버리는 순간 간단해 진다

읽어볼책 : The One page Proposal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115452

읽은책 : 핵심에 집중하라 (원제 : PROFIT FROM THE CORE)
http://book.daum.net/bookdetail/review/list.do?bookid=KOR9788935204953&sort=rcmd_cnt&pageNo=1

'PM > 웹기획에대한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이란  (0) 2010.11.07
좋은 사이트 요건  (0) 2010.11.07
웹기획자란..?  (0) 2010.06.26
웹기획자되기  (0) 2010.06.26
웹기획자가 전문가가 되기위한 6가지 단계  (0) 2010.06.26
Hit Media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서연아빠님의 아래 글에 동감하면서.. 웹기획자 입장에서 덧붙여 웹기획자의 출신과 전공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개발 경력없는 웹기획자. 약일까 독일까
http://hitmedia.tistory.com/entry/%EA%B0%9C%EB%B0%9C-%EA%B2%BD%EB%A0%A5%EC%97%86%EB%8A%94-%EC%9B%B9%EA%B8%B0%ED%9A%8D%EC%9E%90-%EC%95%BD%EC%9D%BC%EA%B9%8C-%EB%8F%85%EC%9D%BC%EA%B9%8C


첫번째 이야기 - 웹기획자의 '출신'

먼저 서연아빠님이 언급하신 것 처럼, 정통파(처음부터 웹기획으로 입문한 사람)와 개발자 출신의 웹기획자가 있겠지요. 여기에 더하면 디자이너 출신의 기획자도 있고 운영자 출신의 웹기획자도 있겠습니다.
 
물론 UI와 개발 업무를 거쳐 운영도 해보고 웹기획에 뛰어들어 절대무공을 펼치는 사파 기획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위의 네 가지 케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컨대,

a형 : 순수 웹기획자
b형 : 개발자 출신의 웹기획자
c형 : 디자이너 출신의 웹기획자 (UI,UX에 도통한)
d형 : 운영자 출신의 웹기획자


요런 네 가지 타입으로 정리되고요, 제가 겪은 각각의 타입에 대한 특징을 적어보겠습니다.
(제 경험이기에 일반적으로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a형 - 순수 웹기획자

보통 문과 출신이며, 웹기획 직군으로 바로 뛰어들어 비슷한 순수 웹기획자 출신의 멘토로부터 사사받은 분들.

특징 : 제안서를 잘 만듬. 특히 a형 중에서는 PPT 한 페이지의 70% 이상을 영어로 구사하는 분들도 꽤 있는데, 알쏭달쏭하면서 뭔가 있어보이게 만드려고 노력함.
(예. "Open & Share를 위해 아이덴티티의 repository에 컨센트레이션하여 Web2.0 service로서 positioning을 꾀하고..")

기획과 대개편(그래드 리뉴얼)을 최우선시. 사이트를 조금씩 고치려는 의지는 약한 편. 특이한 사이트를 발견하면 매우 좋아함. 타직군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기획자와, 자신이 갑이라 착각하는 기획자로 테크트리를 탐.

b형 - 개발자 출신의 웹기획자

이과 출신이 대부분이며, 다양한 이유로(같이 일하던 웹기획자가 답답해서, 기획업무가 꼭 하고 싶어서, 나이 좀 더 먹어도 웹계에 남고 싶어서..) 기획 업무에 뛰어듬.

특징 : a형과 회의하면 평행선을 그을 때가 종종 발생. 서비스 철학과 비전, 전략이란 숲을 고민해야 할 단계인데 나무와 가지들이 같이 보이는, 매트릭스 네오 같은 분들이라서 괴로워하기도 함. 이런 분들이 기획PL을 맡으면 프로젝트 확확 돌아감.

기획할 때 밤새고, 개발자들 개발할 때 같이 밤새야 하는 마인드도 종종 관찰되며 이 때문에 a형과 종종 마찰을 빚기도 함. ("기획자는 기획할때 야근, UI잡을때 야근, 개발할때 야근, 오픈할 때 야근..")

c형 - UI 출신의 웹기획자

예체능 출신? =_=; 어디서 오는지 사실 잘 알지 못함. UI와 UX라는 쌍수무공을 펼치기에 상당히 대접받음.

특징 : 서비스가 크게 히트치진 못하더라도, 괜찮은 well-made 사이트는 쉽게 구축하는 기획자들. 하지만 개발 업무에 무지하다면 a형 보다도 개발자와 더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큼. UI와 UX에 대해 알고 있지만, 예쁘긴 하지만, "그래서 대체 뭐하라는 곳이지?".. 방향으로, 사이트가 삐뚤어지기도 함.

d형 - 운영자 출신의 웹기획자

문과 출신이 대부분. 뉴스 편집, 컨텐츠 운영 하다가 기획업무에 뛰어들은 극소수의 인간들.

특징 : 악플도 잡아보고 "시작부터 벗고 보여드립니다"에 진저리를 치고 서비스의 온갖 지저분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라 컨텐츠 로직이나 어드민툴(백오피스)에 목숨 걸고 흥분함.

컨텐츠를 좋아하기에 컨텐츠 중심적으로 기획하게 되지만, 자칫 우리나라 포털 초기화면과 유사하게 각종 컨텐츠 박스들로 덕지덕지 붙은 기획안을 내놓기도 함. 처음에 내놓는 기획안
은 많이 미흡하기 일색.
a형과 다른 점은, 일단 처음에 내놓는 서비스가 미흡할지라도 CS를 듣고 운영을 하면서 사이트 자체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나가려는 의지가 더 강함. 최대 단점은 트렌드에 약하다는..

------------------------------------
요렇게 네 가지의 '출신'을 짚어봤는데요, 사실 a형부터 d형까지 각자의 배경이 너무 다르니 마찰과 반목은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신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인 인성과 열정.. 서연아빠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두 가지를 자신의 밑바탕에 얼마나 깔아두었는지가 아닐까 합니다.

인성과 열정을 갖추고 웹2.0 마인드를 실제 자신의 생활 태도에 녹인 웹기획자라면, b형을 제외한 다른 웹기획자라 할 지라도 어설픈 갑 행세를 하진 않을 것이고("그거 간단하죠? 내일까지 해주세요~"), 기획&운영자도 알아둬야 할 개발 툴을 나몰라라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 웹기획자의 '전공'

웹기획자들이 사실 대학교때 웹기획 업무를 배운 것도 아니고, 인포메이션 아키텍처라 하던데 뭘 어떻게 공부해서 실제 기획 업무에 적용시켜야 할지 막막하고, STP, SWOT 분석은 들어는 봤고 흉내는 내는데 이게 진짜 맞는 방향인지 아리까리 하고.. 그러니 결국, 실제로 막 해보면서 감으로 기획 업무를 익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d형 출신인 저도 그랬고요^^; 요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을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웹기획 업무를 학제화시켜서 강사나 교수로 평생 먹고 사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정말 소박하지 않나요 =_=;)

http://itagora.tistory.com/13

'PM > 웹기획에대한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이란  (0) 2010.11.07
좋은 사이트 요건  (0) 2010.11.07
<펌> 웹기획 준비  (0) 2010.10.23
웹기획자되기  (0) 2010.06.26
웹기획자가 전문가가 되기위한 6가지 단계  (0) 2010.06.26

1995년 웹을 처음 접한 이후 13년 간 웹과 관련된 일을 하며 나를 부르는 호칭이 여러 번 바뀌었다. 그런데 그 이름 중 내 마음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웹에 관심을 갖던 초창기 학생이었던 나는 웹이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브라우징을 통한 손쉬운 콘텐츠 입수에 흥분해 있었고 그것을 전문 잡지나 신문 등에 기고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책을 두 권 쓰기도 했는데 그 이후 더 많은 잡지에 글을 썼다. 당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테크라이터'라고 불렀다.





몇 년 후 졸업을 하고 웹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들어갔는데 그 회사에서 새로운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하는 나를 '웹 마스터'라고 불렀다. 이후 전망을 다소 수정하여 신규 사업에 걸맞는 웹 서비스를 발굴하고 조직하는 일을 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신규사업기획자'라고 불렀다. 또 몇년이 지났고 나는 두 군데 정도의 회사에서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 회사의 사장과 협의를 하여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웹 서비스를 총괄 기획, 개발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때 나에 대한 호칭은 따로 없었다. PM(Project Manager)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실제 PM은 따로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사업본부장'이라고 불렀는데 그것도 적절하지 않았던 것이 새로운 웹 서비스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실제 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에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3년 간 나는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려는 사람들을 돕고 조언하며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웹 서비스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제대로 된 호칭은 아닌 것 같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정의를 따르자면 조언과 교육의 역할이 중요한데 나는 실제로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을 핵심 위치에서 지도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웹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떤 순간도 나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하는 호칭을 들어 본 적 없다. 바보같이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직업의 정체성이 뭔가 고민하고 있다.


10여년 전 '웹 마스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한 적 있다. 그들은 웹 마스터라는 직업의 정의와 해야 할 일,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그런데 토론 중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웹 마스터 모임이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석자들은 웹 마스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웹 사이트 개발도 웹 마스터 중심이어야 하고, 운영도 웹 마스터 중심이어야 하고, 마케팅도 그렇고, 프로모션도 그렇고... 모임이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발표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이 모임이 수퍼 히어로 모임이었나요?" 그 모임에 다시 나가지 않았다.

당시 웹 마스터라고 하면 웹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프로그래밍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운영도 하는 그런 역할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도 프로그래머가 있었고, 디자이너도 있었고, 기획자도 있었고, 마케터도 있었고, 프로모터도 있었고, 경영진도 있었다. 그럼 웹 마스터는 무엇인가? 시간이 흐른 후 '웹 마스터'라는 직종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웹 마스터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릴 수 있었다. 소규모 영세 웹 사이트를 운영하는 신생 기업에서 웹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웹 마스터'라고 불렀던 것이다. 웹의 초창기에는 하나의 웹 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한 개인이 해 낼 수 있는 환경이었다. 나 또한 몇몇 웹 사이트를 혼자 만들었고 혼자 운영했다. 야후!와 구글의 초기 버전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에는 혼자 혹은 소수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웹 사이트나 웹 서비스가 매우 많았다.

그러나 웹이 산업화되고 웹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혼자 만들 수 있는 웹 서비스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웹이 산업화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능력 이상이 필요한 영역이 점점 늘어간다는 소리며 하나의 웹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웹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려는 모든 회사가 웹 서비스 개발 인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에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가 웹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경우도 매우 많았다. 이런 회사의 경우 웹에 대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력을 뽑자니 웹과 자기 회사의 사업적 관계를 확신하기 힘들었다.

이런 요구에 의해 웹 사이트나 서비스를 대신 만들어 주는 웹 에이전시 산업이 부흥하기도 했다. 웹 서비스가 정교화되고 복잡하며 보다 높은 기술적 수준을 요구할수록 애매한 직종인 웹 마스터는 설 자리를 잃었고 현재 웹 마스터라는 호칭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대신 웹 기획자나 웹 마케터, 웹 개발자, 웹 디자이너와 같은 신규 업종이 생겨났다. 새로운 직종들의 접두사는 모두 '웹'이다. 때문에 이 직종들에 대한 정의는 아주 간단하다. 웹 기획자는 "웹이라는 환경에서 기획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웹 마케터는 "웹이라는 환경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웹"은 도대체 뭐지?

"웹은 도대체 뭐지?"라는 질문에 대해 정확히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터넷의 한 프로토콜로써 브라우저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라고 멋지게 정의해 버릴 수 있지만 그것으로 불충분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웹은 급격히 산업화되었고 이미 웹의 사용자와 웹을 통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수억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개념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온 천지에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닷컴 버블이 닥쳐왔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웹에 기반한 많은 사업자가 도산하거나 파산했고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하기는커녕 쪽박을 차는 경우가 발생했다. 몇년의 암흑기가 흐르는 동안 일부 사람들이 웹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웹 2.0'이라는 횃불이 밝혀졌다. 웹은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주장하며 -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을 점잖게 하는 말이다 - 웹에 기반하여 성공한 사업자들의 성공 신화를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웹은 다시 생명을 얻었다. 그런데 "웹은 도대체 뭐지?"

웹에 대한 정의는 매우 간단하다. 다만 웹은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적으로 이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정의가 복잡해진다. 게임 산업에서 이야기하는 웹과 탄광 산업에서 이야기하는 웹은 전혀 다르다. 게임 산업에서 웹은 새로운 게임을 배포하고 가입자를 확보하는 가장 유력한 채널이지만 탄광 산업에서 웹은 탄광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웹 페이지 몇 개를 의미할 뿐이다. 게임 산업에서 웹은 모바일, IPTV, 임베디드 디바이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게임 콘텐츠를 확대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이다. 탄광 산업에서 웹은 그런 의미가 없다. 게임 산업에서 웹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하는 수 많은 인력이 존재한다. 탄광 산업에서 웹과 관련한 인력은 사업장의 컴퓨터 수리를 함께 하는 사람일 수 있다. 웹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웹'이라는 큰 개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산업 부문에서 개별성이 있다. 그 개별성 때문에 웹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과거 10년 전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공통점을 찾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웹 기획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자주 했었는데 가장 난감한 경우가 이런 제목의 강연을 할 때다,

"성공적인 웹 사이트 운영을 위한 노하우"

이런 제목은 매우 매력적이다. 강연을 의뢰하는 기업은 항상 이런 식으로 매력적인 제목을 뽑아서 많은 사람을 모으려고 한다. 그 제목에 반대하며 좀 더 실질적인 제목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온라인 신문 사이트의 구독자 확대를 위한 부가 서비스 기획 방안"

그 러나 이런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너무 구체적이어서 올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제목은 매력적인 것으로 정해지고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모인다. 나는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강연장에 입장해서 인사를 하고 강연을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내 강연은 주제를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강연장에 앉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석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낙서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이미 강연은 끝장난 것이다. 이런 강연을 몇 번 하고 나면 누구도 다시는 강연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아마 10년 전이라면 애매한 제목의 강연이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그저 웹 마스터라고 개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직종이 존재했을 무렵엔 이렇게 이야기해도 먹히고 저렇게 이야기해도 먹히는 '일하는 방법'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이야기다. 이미 웹은 충분히 산업화되었고 산업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웹이 적용되는 범위와 형태는 세분화되어 버렸다. 웹 마스터라는 직종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이제 웹은 산업 부문에 따라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웹의 공통적 제어 방법"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은 허구다. 만약 다음과 같은 단어가 포함된 웹과 관련한 강연이나 컨퍼런스가 있다면 절대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

- '모든',  '절대적인', '성공하는', '실패하지 않는', '최신의'


이 즈음이면 웹의 기원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웹의 기원을 알고 싶다면 창안자의 이야기를 듣는 게 바람직하다. 해설서보다 원본을 먼저 보라는 조언을 또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웹(World Wide Web)의 개념을 제안한 사람은 누구인가 검색해 보라. 검색에서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이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팀 버너스 리라는 이름만 찾았다면 할 수 없다. 하긴 역사는 가장 뛰어났던 사람만 기억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 1000개가 넘는 특허를 등록했다는 것만 기억하지 그의 특허를 위해 헌신했던 수천 명의 다른 연구자들은 전혀 모르지 않나. 에디슨의 발명 중 대부분은 다른 연구자들이 최초 발견했던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웹의 개념을 최초 제안한 사람은 팀 버너스 리라고 해 두자.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근처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다른 학자들이 소송을 걸었을텐데 아무런 이야기가 없으니 그냥 그렇게 인정하자. 팀 버너스 리가 1990년에 CERN에서 일할 때 웹의 개념을 세우고 그 다음 해인 1991년 유즈넷의 뉴스그룹인 "alt.hypertext"에 웹에 대해 처음 소개한 글은 이런 것이었다. 고리타분한 내용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웹의 근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 반드시 읽어야 한다.

"n article <6...@cernvax.cern.ch>
I promised to post a short summary  of the WorldWideWeb project.  Mail me with any queries.

                WorldWideWeb - Executive Summary

The WWW project merges the techniques of information retrieval and hypertext to make an easy but powerful global information system.

The project started with the philosophy that much academic information should be freely available to anyone. It aims to allow information sharing within internationally dispersed teams, and the dissemination of information by support groups.

     Reader view

The WWW world consists of documents, and links.  Indexes are special documents   which, rather than being read, may be searched. The result of such a search is another ("virtual") document containing links to the documents found.  A simple protocol ("HTTP") is used to allow a browser program to request a keyword search by a remote information server.

The web contains documents in many formats. Those documents which are hypertext,  (real or virtual) contain links to other documents, or places within documents. All documents, whether real, virtual or indexes, look similar to the reader and are contained within the same addressing scheme.

To follow a link,  a reader clicks with a mouse (or types in a number if he or she has no mouse). To search and index, a reader gives keywords (or other search criteria). These are the only operations  necessary to access the entire world of data.

     Information provider view

The WWW browsers can access many existing data systems via existing protocols (FTP, NNTP) or via HTTP and a gateway. In this way, the critical mass of data is quickly exceeded, and the increasing use of the system by readers and information suppliers encourage each other.

Making a web is as simple as writing a few SGML files which point to your existing data. Making it public involves running the FTP or HTTP daemon, and making at least one link into your web from another. In fact,  any file available by anonymous FTP can be immediately linked into a web. The very small start-up effort is designed to allow small contributions.  At the other end of the scale, large information providers may provide an HTTP server with full text or keyword indexing.

The WWW model gets over the frustrating incompatibilities of data format between suppliers and reader by allowing negotiation of format between a smart browser and a smart server. This should provide a basis for extension into multimedia, and allow those who share application standards to make full use of them across the web.

This summary does not describe the many exciting possibilities opened up by the WWW project, such as efficient document caching. the reduction of redundant out-of-date copies, and the use of knowledge daemons.  There is more information in the online project documentation, including some background on hypertext and many technical notes.

     Try it

A prototype (very alpha test) simple line mode browser is currently available in source form from node  info.cern.ch [currently 128.141.201.74] as

        /pub/WWW/WWWLineMode_0.9.tar.Z.

Also available is a hypertext editor for the NeXT using the NeXTStep graphical user interface, and a skeleton server daemon.

Documentation is readable using www (Plain text of the instalation instructions is included in the tar file!). Document

         http://info.cern.ch/hypertext/WWW/TheProject.html

is as good a place to start as any. Note these coordinates may change with later releases.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im Berners-Lee                 Tel:    +41(22)767 3755 begin_of_the_skype_highlighting              +41(22)767 3755      end_of_the_skype_highlighting
WorldWideWeb project            Fax:    +41(22)767 7155
C.E.R.N.                        email:  t...@cernvax.cern.ch
1211 Geneva 23
Switzerland "


이 쉬운 문장을 굳이 번역할 생각은 없다. 이 문장에 대한 번역은 일종의 신성 불가침이다. 팀 버너스 리가 뉴스그룹에 올린 글의 내용은 일종의 종교 창시자가 내린 10계명과 같다. 그가 내린 계명은 모두 이뤄졌다,

- 웹의 콘텐츠는 읽기만 할 게 아니라 검색도 될 것이다 : 구글이 최선봉에서 구현했다
- 여러가지 포맷의 문서가 있을텐데 어쨌든 똑같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브라우저와 OS의 합작으로 해결되었다
- 그냥 클릭만 하면 모든 데이터을 읽을 수 있다 : 물론이다
- 다른 프로토콜(FTP, NNTP)의 데이터도 읽을 수 있다 : 물론이다
- 웹 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정말 쉽다 : 매일 수백만 개의 새로운 웹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블로그를 보라!
- 모든 형태의 데이터를 공유하려면 애플리케이션의 표준이 필요하다 : Flex를 보라
- 이게 끝이 아니다 : 나도 안다

그 는 이런 계명 뿐만 아니라 1991년 시점에서 브라우징할 수 있는 알파 버전의 브라우저와 테스트 서버와 테스트 파일까지 공개해 두고 있다. 이런 노력을 했으니 팀 버너스 리는 웹의 창시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나머지 몇 명은 대충 넘어가도 좋다. 팀 버너스 리의 뜻을 따라 수 많은 사람들이 웹이라는 공간에 뛰어 들어 개발과 개선과 혁신을 거듭했다. 그리고 지금의 웹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 웹의 근본을 알았으니 다시 웹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웹기획자란 무엇인가? 1999년 쯤 이 직종을 처음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웹 기획자'라는 표현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느낌이다. 웹을 뭐 어떻게 기획하겠다는 것인가? 웹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인가? 팀 버너스 리의 연구 과제를 이어 받아 웹을 좀 더 개선하려는 사람들인가? 아니다. 현실에서 '웹 기획자'는 '웹 사이트 기획자'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웹 기획자라는 단어에 뭔가 더 큰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착각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하는 일을 뭔가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초창기 웹 기획자라는 단어를 만든 몇몇 개념없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튼 착각이 계속되는 게 문제일 뿐이다.

웹 기획자는 학술적인 측면에서 천체 물리학자나 상담 심리학자나 해양 생물학자와 비슷한 것이다. 기획자라는 범주에서 '웹'이라는 전문 분야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만약 자신을 '웹 기획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팀 버너스 리처럼 웹이라는 프로토콜이나 시스템에 대해 기획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학원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스스로 '웹 기획자'라고 부르는 사람들 대부분은 '웹 사이트 기획자'다. HTTP 프토토콜로 접근할 수 있는 웹 페이지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html> 안녕! </html>

이 런 HTML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모두 웹 사이트 기획자다. 저 한 문장을 저장하고 확장자를 html로 바꾼 후 웹 서버에 올리면 바로 웹 페이지가 되기 때문이다. 웹 사이트 기획자는 이런 식으로 HTML을 이해하고 그것을 웹이라는 공간에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웹 사이트에 대한 요구가 더 복잡해지면 더 많은 HTML 코드를 알아야 할 것이다. 스크립트가 들어갈 수도 있고, 데이터 전달 포맷이 들어갈 수도 있고, 플래시와 같은 리치 미디어가 들어갈 수도 있지만 결국 웹 사이트 기획자는 '출력'에 관계된 일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잡지로 치면 레이아웃 기획자다.

그런데 많은 웹 기획자들은 이 정도의 일이 자신이 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웹 기획자들은 웹 사이트에 대한 콘셉트와 형식과 사용자 편의성과 운영에 대한 기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신의 정체성은 '웹 콘텐츠 기획자'다. 웹 사이트의 콘셉트와 형식과 편의성과 운영은 '콘텐츠'에 의해 지배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은 콘텐츠 기획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 이미지를 조합하여 동일한 취미를 갖는 사람을 친구로 엮어 주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웹 기획자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런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웹 서비스 기획자'라고 부를 수 있다. 서비스의 개념을 소프트웨어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소프트웨어의 일부분으로써 동작하는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자들이 참여하여 만족하고 반복 사용하는 웹 페이지 전반을 이야기한다. 웹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웹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웹 페이지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웹 서비스 기획자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런 결정권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웹 서비스 기획자다. 웹 서비스 기획자는 사용자의 사진 이미지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방법으로 파일 업로드 도구를 직접 개발하도록 기획할 수도 있고, 이미 개발된 모듈을 구매할 수도 있고, 플리커나 네이버와 제휴하여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 선택하는 권한이 있으며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웹 서비스 기획자다.


웹 기획자는 허망한 단어다. 웹에 대한 개념이 산업적으로 너무나 세분화되었기 때문에 이제 웹 기획자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에 의해 웹 사이트 기획자가 될 수도 있고, 웹 콘텐츠 기획자가 될 수도 있고, 웹 서비스 기획자가 될 수도 있다. 각각에 대해 산업이 요구하는 역량와 경험과 지식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웹 사이트 기획자도 모든 웹 사이트에 대한 기획을 할 수 없다. 이 평범한 진리를 웹 기획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주 잊는다. 웹 사이트든 웹 콘텐츠든 웹 서비스든 우리는 제한된 부분에 대하여 기획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모바일 웹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한 기획자가 모든 웹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가? 게임 웹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기획한 기획자가 모든 웹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가? 커뮤니티 웹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기획한 기획자가 모든 웹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가? 모두 NO라고 대답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왜 항상 '그럴 수도 있다'라고 거짓말하는가?


그렇다면 모든 웹 기획자들은 자신이 성공한 한 분야에 머물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커뮤니티 웹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만든 기획자가 상거래 사이트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0%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개념의 혁신"

지 금까지 우리는 어떤 회사에 소속된 '기획자'라는 관점에서 웹 기획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개념 속에서 웹 기획자는 늘 자기 한계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무엇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누구와 만나든 늘 '회사'와 그 회사의 '목표'에 제약되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아는 어떤 기획자는 한 회사에서 10년을 일하고 있다. 그는 매년 회사에서 수 없이 많은 제안을 하지만 늘 회사의 주 수익 모델인 웹 사이트의 기획만 하고 있다. 그의 연봉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회사의 매출은 늘어가고 있지만 그는 오늘도 자신의 기획 역량이 회사 내부에 머물러 있음에 침통해한다. 그는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그의 유일한 잘못은 현재의 위치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안정적이며 편안하고 미래가 보장되는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곧 변화하는 미래를 스스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는 웹 기획자로서 변화를 거세하며 변화를 바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웹 기획자가 경쟁의 정글에 스스로 던져 버릴 각오가 있다면 이제부터 자신을 '웹 서비스 디렉터(Web Service Director)'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서비스가 있는가? 그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 것이며 얼마의 비용이 필요하며 얼마의 기간이 소요되며 어떤 사람이 있어야 하며 어떻게 성장할 것이며 누구를 만나야 첫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웹 서비스 디렉터의 길을 걸어야 한다. 웹 서비스 디렉터는 자신이 회사이며 자신이 자본이고 자신이 원동력인 1인 기업이다. 영화로 치자면 감독이다. 감독 중에도 독립 영화 감독 쯤 될 것이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웹 기획자라는 애매하고 이런 저런 일에 언제든 얽힐 수 있는 일을 하든 웹 콘텐츠 기획자가 되든 웹 서비스 기획자가 되든 웹 서비스 디렉터가 되든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몫이다. 그러나 선택 뒤의 결과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결과는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좀 더 복잡한 일을 하려고 할수록 고통은 깊고 댓가는 값지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웹 서비스 디렉터'를 가장 추천하고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라. 가장 힘들고 어렵고 추천하기 힘든 일을 가장 끝에 이야기하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세상 어디에도 쉽고 빠르게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래 전에 경보 경주를 본 적 있는데 멀쩡한 사람이 그 경주에 끼어들었는데 상위 등수에 들지 못했다. 신체 장애자들은 목숨을 걸고뛰었고 그 사람은 그냥 열심히 뛰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솝 우화와 같은 이야기다. 세상 어디에도 한 번에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병신들과 함께 뛰는 경주에서 자칭 정상인이라는 자가 일등을 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한 쪽 다리 뿐인 사람들을 우습게 보았고 심지어 그들과 뛰며 농담도 했다. 문제는 그 경주의 길이가 12km였다는 것이다. 그는 5km부터 뒤지기 시작했고 장애인들은 느리지만 꾸준한 레이스를 펼쳤다. 그는 결국 8km 지점에서 기권을 했다. 경기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모두 결승선에 도달했다. 가장 마지막에 도달한 장애인은 11시간이 걸렸다.

'PM > 웹기획에대한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이란  (0) 2010.11.07
좋은 사이트 요건  (0) 2010.11.07
<펌> 웹기획 준비  (0) 2010.10.23
웹기획자란..?  (0) 2010.06.26
웹기획자가 전문가가 되기위한 6가지 단계  (0) 2010.06.26

웹기획자가 전문가가 되기위한 6가지 단계

 

웹사이트를 만들때

 

1단계 : 초보 웹기획자는 이 사이트의 컨텐츠를 뭘로 메꿔야 할지 고민한다.

무엇을 넣는가!에 대한 컨셉이 머리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사이트를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아래 비스무리하게 베껴서 넣는다. (물론 벤치마킹이 나쁘단 말은 아니다.)

 

2단계 : 초보를 벗어날 때쯤, 이 기획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아!!! 아무거나 생각나는데로 넣는 것이 아니구나왜 넣어야 하는지 나름대로 논리가 있어야 하지!! 내가 넣은 컨텐츠의 이유를 만들게 된다.

 

3단계 : 중급 기획자가 되었을 경우에 지난날 기획한 것에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분석을 통해서 무엇을 넣을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난날 그 논리를 억지로 만들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분석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된다.

 

4단계 : 중급을 벗어날때쯤, 단순히 이 사이트 기획뿐만 아닌 외부세계에 흐름이 이사이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된다. 최근 경제계의 흐름, 정치적인 방향, 사람들의 목소리, 이 사회의 변화 그래서 사이트에 들어갈 컨텐츠들을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5단계 : 고급에 입문한 기획자가 되면, 중급에서 깨우친 것들을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가지고 사이트를 기획하게 된다. 어떤 컨텐츠든 왜 들어가야되는지가 명확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내공이 쌓여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는다.

 

6단계 : 고급 기획자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사람들이 나름대로 논리력을 가지고, 나름대로 통찰력을 가지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 만든 기획적 요소가  사람들이 다 관심갖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결국은 다수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 집중해야 하기때문에) 결국 무엇을 넣으려는 고민보다, 무엇을 뺄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무언가를 뺄 수 있는 힘! 이로서 웹기획자는 전문가로 불리울 수 있는 경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엇을 넣는것보다 무엇을 빼는것이 정말 힘든것 같다.

 

- 웹기획자 이정기

- nateon : quiz94@nate.com

 


'PM > 웹기획에대한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이란  (0) 2010.11.07
좋은 사이트 요건  (0) 2010.11.07
<펌> 웹기획 준비  (0) 2010.10.23
웹기획자란..?  (0) 2010.06.26
웹기획자되기  (0) 2010.06.26

+ Recent posts